작은 일로 운 소모하지 않는 법
사주를 보면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격국도 나쁘지 않고, 용신도 제법 힘이 있는데, 실제 삶은 엉망인 사람. 반대로 사주가 평범하거나 심지어 좀 안 좋아 보이는데 의외로 잘 사는 사람도 있다. 20년 넘게 사람들의 운명을 연구하다 보면, 이런 케이스를 수없이 만났다. 처음에는 이론을 탓하고, 무언가 완벽하게 이것을 설명할 무엇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깊이가 깊어지면서,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사주는 그릇이고, 복은 그 안에 담기는 물이라는 것. 아무리 좋은 그릇도 물을 다 쏟아버리면 빈 그릇일 뿐이다.

도교의 경전 태상감응편에 禍福無門 惟人自召라는 구절이 있다. 화와 복에는 정해진 문이 없고 오직 사람이 스스로 불러들인다는 뜻이다. 운명론과 자유의지론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 오래된 통찰이 실제로 맞다는 걸 나는 확인해왔다. 타고난 복이 아무리 두터워도 소모하는 속도가 빠르면 바닥이 드러난다. 반대로 타고난 게 빈약해도 새는 구멍을 막고 조금씩 채워가면 그럭저럭 굴러간다. 복을 쌓지 않고 소모만 한다면, 30대에 망가지기 시작한다.
복을 소모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세 가지다. 하찮은 일에 매달리는 것, 화를 달고 사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불평하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들이 쌓이면 사람의 기운을 갉아먹는다. 사람들이 무슨 전생에 나라를 팔았느니, 뭐니 왜 이리 운이 안좋아 그러는데, 크게 나쁜일을 하거나, 크게 뭘해서, 복이 소모되는게 아니다. 보통은 작은 일로 소모된다.
첫 번째, 하찮은 일에 매달리는 문제. 將軍有劍 不斬蒼蠅이라는 말이 있다. 장군에게 칼이 있으나 파리를 베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한테 물렸다고 개를 물어뜯으러 가는 사람이 있다. 그 시간에 상처나 치료하면 될 일이다. 사소한 시비에 붙들려서 에너지를 쏟고, 마음이 거기 묶여 있으면 정작 중요한 일에 쓸 힘이 남지 않는다. 마음이 탁해지면 좋은 기회가 와도 알아보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은 작은 일에 집착한다. 이불킥하고, 또 하고, 계속한다.
두 번째, 화를 달고 사는 문제. 도교에서는 분노를 삼시충이 활개치는 상태로 본다. 화가 나면 신기가 흩어지고 정기가 소모된다. 현대 의학에서도 분노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수두룩하다. 2009년 미국심장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분노 점수가 높은 사람은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화는 남을 해치기 전에 자기 몸과 운을 먼저 해친다. 그렇기에 신문에서 대통령이 격노했단 이야기를 들으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네, 이것이다. 분노하게 되면, 모든 복이 무너진다. 화를 내는 것은 그렇게 안좋다.
세 번째, 불평하는 습관. 말은 기운을 실어 나른다. 나쁜 말을 입에 달고 살면 그 기운이 자기 주변을 맴돈다. 불평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의식만 강화한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신경가소성 개념을 빌리면, 반복되는 생각과 말은 뇌의 회로를 그 방향으로 굳힌다. 불평을 많이 하면 불평하기 쉬운 뇌가 되고, 세상이 실제로 더 나빠 보이기 시작한다. 불평할수록 당신은 빠르게 복을 소모한다.
요즘 운이 안 풀린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사주 탓을 하기 전에 이 세 가지를 점검해볼 일이다. 새는 구멍부터 막아야 물이 찬다. 료범사훈에 命自我立 福自己求라 했다. 운명은 내가 세우고 복은 내가 구한다는 것. 구한다는 건 적극적으로 쌓는다는 뜻도 있지만,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