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인공지능의 시대에 필요한 능력

AGI가 언제 도래할지, 인간을 모든 면에서 초월하는 초지능이 언제 출현할지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점이 오기 전, 이미 세상의 규칙은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려면 팀이 필요했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가 모여 몇 주에서 몇 달을 투자해야 비로소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세상에 나왔다. 지금은 다르다. 혼자 앉아서 생각을 말로 풀어내면, 그것이 앱이 되고 웹사이트가 된다. 지난달 구글이 발표한 Gemini 3 Pro는 이전 모델 대비 50퍼센트 이상 향상된 성능으로 복잡한 개발 과제를 해결한다. 더 적은 프롬프트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말했다. 생각을 코드로 번역하는 중간 과정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코딩 능력, 보고서 작성 능력, 데이터 분석 능력, 기획능력, 디자인능력 같은 것들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때 이런 기술들은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희소한 능력이었다. 이제는 누구나 인공지능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Gemini 3 Pro는 한 번의 명령으로 웹사이트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생성하고, 거대한 코드베이스 안에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다. 희소하지 않은 것에는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다. 기술의 가치가 0에 수렴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탁월하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찾아내지는 못한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이 발견한 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여행할 때 현지인처럼 살고 싶어한다는, 존재하지만 아무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욕구를 포착한 것이다. 인공지능은 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세상에는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불편함, 드러나지 않은 필요가 무수히 많다. 그것을 감지하는 눈은 여전히 인간의 것이다.

둘째는 판단력이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 무엇이 아름답고 무엇이 추한가.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Gemini 3가 상투적인 표현과 아첨 대신 진정한 통찰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통찰이 진짜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든 것은 기술력 때문이 아니었다. 수천 가지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지 판단하는 감각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은 제품의 하한선을 높여준다.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상한선은 여전히 그것을 지휘하는 인간의 안목이 결정한다. 같은 인공지능을 사용해도 누군가는 평범한 결과물을 만들고, 누군가는 걸작을 만든다. 차이는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쥔 손에 있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으로 보면 안 된다. 인공지능의 환각 현상, 그러니까 AI가 사실이 아닌 것을 지어내는 문제는 복잡한 작업에서 여전히 중요한 이슈다. 능력은 출중한데 가끔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는 인턴에 가깝다. 엄청난 속도로 일을 처리하고, 밤새 일해도 불평하지 않으며,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맥락을 놓치기도 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틀린 말을 하기도 한다. 좋은 관리자는 인턴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최종 점검은 반드시 자신이 한다.

옛 병법에 장수의 덕목을 이야기할 때 지(智), 신(信), 인(仁), 용(勇), 엄(嚴)을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직접 칼을 휘두르는 능력이 그 목록에 없다는 점이다. 장수는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싸움을 지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역할이 바뀌었다. 실행자에서 지휘자로. 작업자에서 의사결정자로. 손을 움직이는 사람에서 방향을 정하는 사람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이 옳은지,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기계에게 위임할 수 없는, 인간에게 남겨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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