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오폰: 앱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중국의 실험

2025년 12월 1일, 바이트댄스(틱톡의 모회사)가 내놓은 두바오폰(豆包 Phone)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안드로이드 위에 얹은 AI 에이전트가 본체이고, 누비아라는 중국 브랜드의 기기는 그저 이 에이전트가 작동할 무대일 뿐이다. (중싱이라고 예전에 잘나가던 핸드폰 제조사를 통해서 출시)
가격은 67만 원 정도다. 출시 당일 완판됐고, 중고거래 앱에서는 95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제조사 ZTE 주가는 10퍼센트 뛰었다.
사람들이 산 것은 폰이 아니라 가능성이었다.
말 한마디로 앱 세 개를 동시에 부린다.
두바오폰의 핵심은 프로 모드라 불리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명령하면 AI가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한다. “타오바오, 징동, 피두어두어에서 이 제품 가격 비교해서 제일 싼 데로 주문해.” 그러면 AI가 세 개 쇼핑앱을 열고, 화면을 읽고, 가격을 비교하고, 쿠폰을 찾아 적용한 뒤 결제 직전까지 진행한다. 최종 결제만 사용자가 확인하면 끝이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추워서 내복을 살려고 하는데, 캐쉬미어 내복을 쓱이랑, 쿠팡이랑, 네이버랑 다 비교해서 제일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구매해줘. 그러면, 알아서 앱을 접속해서, 다 비교후, 최고의 제품을 골라서 구매한다. 최후에 돈 지불할때, 오케이 만, 구매자가 누르면 된다는 이야기다.
여행 예약도 마찬가지다. “파리 여행 계획 세워줘”라고 하면 지도앱을 열어 동선을 짜고, 항공권과 호텔을 검색하고, 로보택시를 예약하고, 드론 배송으로 여행용품 주문까지 처리한다. 실제로 바이두의 무인택시를 호출하고 드론 배송을 연동하는 시연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갤러리에서 사진을 보다가 “배경에 있는 사람 지워”라고 말하면 실시간으로 편집이 된다. 과거 대화 내용을 기억해서 “딸 생일선물 뭐가 좋을까” 하면 예전에 언급한 나이와 취향을 바탕으로 추천한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은 앱을 하나씩 열어서 직접 조작해야 했다. 두바오폰은 그 과정 전체를 AI에게 맡긴다. 사용자는 결과만 확인하면 된다.
구글과 삼성도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
AI가 폰을 대신 조작해주는 것은 두바오폰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구글은 픽셀폰에 제미나이라는 AI를 넣어서 화면을 보면서 대화하고 제안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삼성 갤럭시도 멀티모달 에이전트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방향을 추진한다. 애플도 시리를 대폭 강화해서 워크플로 자동화를 준비 중이다.
차이가 있다면 깊이다. 구글이나 삼성의 AI는 한 앱 안에서 도와주는 수준에 가깝다. 두바오폰은 여러 앱을 동시에 열어서 비교하고 조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쇼핑앱 세 개를 동시에 부리면서 최저가를 찾아주는 기능은 아직 다른 폰에서 보기 어렵다.
중국의 앱 생태계가 이런 연동에 상대적으로 열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형태는 곧바로 저항을 받는데,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문을 닫았다
가능했다고 해야 맞다. 과거형이다.
출시 이틀 만에 위챗이 두바오폰에서 접속을 차단했다. 텐센트가 의도적으로 막은 것이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도 비슷한 제한을 걸었다. 바이트댄스는 곧바로 위챗 자동화 기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왜 막았을까. AI 에이전트가 앱을 직접 조작하면 앱 사업자 입장에서는 위협이다. 사용자가 앱을 열지 않아도 되고,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고, 플랫폼이 설계한 사용자 경험을 우회하게 된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자체 AI를 개발 중인 상황에서 경쟁사 AI에 자기 앱을 내줄 이유가 없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AI 개발을 못 하니까 막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경쟁 이상의 문제다. 플랫폼 생태계의 통제권을 누가 쥘 것인가 하는 전쟁이다.
AI가 모든 것을 보고 듣는다
두바오폰이 작동하려면 화면을 실시간으로 읽어야 한다. 대화를 들어야 한다. 사용자가 어떤 앱에서 무엇을 하는지 전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는 음성, 얼굴, 지문의 3중 인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스파이 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구 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애플도 시리가 화면을 공유받아 작업을 도와주는 기능을 준비한다. 구글 제미나이도 화면을 보면서 대화한다. 차이가 있다면 정도의 문제, 그리고 신뢰의 문제다.
AI가 모든 것을 보고 듣고 기억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그 AI를 누가 만들고, 데이터를 누가 가지고, 어떤 법의 적용을 받는가. 두바오폰은 이 질문을 가장 날것 그대로 던진다.
앱 없는 미래의 예고편
바이트댄스는 두바오폰을 “기술 시연용”이라고 부른다. 정식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초기 물량 3만 대, 1년간 무료 체험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2026년 말 2세대 출시 예정이고, 샤오미, 화웨이, 오포 같은 다른 제조사와 협력 협상도 진행 중이다. 자동차와 스마트 기기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있다.
로융하오, 전 해머폰 CEO가 썼다. “기술 혁명은 막을 수 없다. 바이트댄스의 용기를 칭찬한다.”
용기인지 무모함인지는 아직 모른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먼저 뛰어들어야 다음 단계가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은 AI와 사랑에 빠진다. 그 AI는 이메일을 읽고, 일정을 관리하고, 대화를 나누며 점점 주인공의 삶 전체에 스며든다. 2013년에 나온 이 영화를 사람들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봤다.
두바오폰을 보면서 여러 매체가 “Her가 현실이 됐다”고 썼다. 아직은 과장이다. 하지만 방향은 그쪽이다.
앱을 하나하나 열어서 터치하고 스와이프하는 방식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말 한마디로 AI가 알아서 처리해주는 세상이 오면, 지금의 앱스토어와 플랫폼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