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도덕경의 지혜: 내려놓음의 힘

도덕경에서 말한다. “도상무위, 이무불위(道常無為, 而無不爲).” 도는 늘 함이 없으나 하지 못함이 없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도법자연(道法自然), 일부러 하는 것이 없는데 안 되는 일이 없다. 무위는 곧 유위다. 내려놓음이 곧 집어듦이고, 버림이 곧 얻음인 것처럼. 억지로 남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증거고,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버리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취하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에게는 어디서나 길이 보인다.

허영을 내려놓으면 존엄을 얻는다. 도덕경에서 말한다. “강해지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고능위백곡왕(江海之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다. 허영심이 강한 사람은 대개 허세가 심하고, 진짜 대단한 사람은 대개 낮은 자세를 유지한다. 2008년 워런 버핏이 세계 최고 부자가 됐을 때, 그는 여전히 1958년에 산 오마하의 낡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31,500달러짜리 집이었다. 같은 시기 월가의 투자은행 임원들은 맨해튼 펜트하우스와 햄튼의 별장을 자랑하며 파티를 열었다. 몇 달 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고, 베어스턴스가 헐값에 팔렸다. 허세 부리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낡은 집에 살던 노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도덕경에서 말한다. “돈혜기약박, 광혜기약곡(敦兮其若朴, 曠兮其若谷).” 돈후하기가 꾸미지 않은 통나무 같고, 넓고 트이기가 골짜기 같다. 평소에 겸손하게 살아야 언제나 의연할 수 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가 되고, 사람은 낮은 자세로 왕이 된다. 허영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 가장 당당하다.

맹종을 내려놓으면 지혜를 얻는다. 도덕경에서 말한다. “지인자지, 자지자명(知人者智, 自知者明).” 남을 아는 것은 지(智)요, 자기를 아는 것은 명(明)이다. 사람들은 남의 속을 들여다보기 좋아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은 소홀히 한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남을 아는 지(智)는 있을지 모르나 자기를 아는 명(明)은 없을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 열풍이 불었다. 검은 터틀넥을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잡스처럼 하고, 회의 때 책상을 치며 직원들을 윽박지르는 CEO들이 넘쳐났다. 잡스의 카리스마를 흉내 낸 것이다. 그런데 잡스는 수십 년간 제품을 직접 만들어온 엔지니어였고, 그들 대부분은 아니었다. 잡스처럼 행동했지만 잡스처럼 되지는 못했다. 몇 년 뒤 그 회사들 중 상당수는 사라지거나 쪼그라들었다. 살아남은 곳들은 대개 자기만의 방식을 찾은 곳들이었다. 도덕경에서 말한다.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남을 흉내 내는 것보다 천도를 따르는 것이 낫고, 잘난 사람을 본받는 것보다 자연을 본받는 것이 낫다. 포도를 먹지 못한다고 포도가 시다고 할 필요 없고, 남의 집 달이 내 집 달보다 더 둥근 것도 아니다.

쓸데없는 다툼을 내려놓으면 성숙해진다. 도덕경에서 말한다.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夫唯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오직 다투지 않으므로 천하에 그와 다툴 자가 없다. 여기서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양보하라는 뜻이 아니다. 다툴 가치가 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는 뜻이다. 2010년대 중반 삼성과 애플은 전 세계에서 특허 소송전을 벌였다. 수십 개 국가에서 수백 건의 소송이 진행됐다. 양측 모두 수조 원의 변호사 비용을 썼다. 결과는? 2018년 합의로 끝났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그 시간과 돈으로 제품을 하나 더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반면 같은 시기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경쟁사들의 비난에 거의 대응하지 않았다. 월마트가 공격해도, 언론이 비판해도, 그는 “우리는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집중한다”고만 했다. 싸움에 끼어들 시간에 물류 창고를 하나 더 지었다. 도덕경에서 말한다. “지족불욕, 지지부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좁쌀만 한 이익을 놓고 다투는 것보다 자기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우리가 보기에 중요한 승패가, 더 높은 경지의 사람 눈에는 그저 웃음거리일 수 있다. 애써 이기려 하기보다 자신을 끌어올리는 것이 낫다. 경지가 높아지면 분명 다른 풍경이 있다. 어린아이만 머리가 깨지도록 싸운다. 다투지 않으면서 다투고, 싸우지 않으면서 이기는 것이 어른의 모습이다.

역경(易經)에서 말한다. “천행건, 군자이자강불식(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 지세곤, 군자이후덕재물(地勢坤, 君子以厚德載物).” 하늘의 움직임은 굳세니 군자는 스스로 힘써 쉬지 않고, 땅의 형세는 너그러우니 군자는 넉넉한 덕으로 만물을 품는다. 만물을 담는 것은 천지요, 천지를 담는 것은 마음이다.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넓어서 아무리 큰일도 작은 일이 되고,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좁아서 아무리 작은 일도 큰일이 된다. 들어 올리려면 먼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만사에 마음 쓰지 않으면 그게 바로 진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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