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이 시기상조인 이유
2025년 말, AI 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투자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면서 닷컴 버블의 기억이 소환되고, 과연 이 모든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거품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Anthropic의 CEO인 Dario Amodei는 2025년 12월 뉴욕타임스 DealBook Summit에서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그는 AI 산업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 자체와 경제적 측면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 AI 산업은 불확실성의 원뿔(Cone of Uncertainty) 안에 있다. 데이터센터 하나 짓는 데 3년에서 5년이 걸리는데, 2027년 모델을 돌리려면 지금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한다. 원뿔이 너무 넓어서 어느 쪽으로든 실수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투자하면 불필요한 컴퓨트가 남고, 부족하면 성장 기회를 놓친다. 이것은 거품의 증거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불확실성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Dario가 말하는 타임라인이다. 그는 AGI라는 용어를 마케팅 용어로 싫어하며, 대신 강력한 AI(powerful AI) 또는 거의 모든 과제에서 인간보다 나은 AI 시스템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의 예측에 따르면 2026년에서 2027년 사이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시스템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스케일링 가설(scaling hypothesis)을 강하게 믿는다. 모델 크기와 데이터, 컴퓨트 자원을 계속 늘리면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며,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급의 큰 아키텍처 혁신 없이도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에세이 Machines of Loving Grace에서 그린 미래는 더욱 구체적이다. 수백만에서 수억 개의 AI 인스턴스가 인간보다 10배에서 100배 빠른 속도로 병렬 작동하는 상황. 그는 이것을 데이터센터 안의 천재들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노벨상 수준의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 데이터센터에 모여 있는 것과 같은 효과다. 생물학과 의료 분야에서 100년치 진전을 5년에서 10년으로 압축하고, 노화 치료와 질병 근절, 150세 수명 도달이 가능해진다고 본다. 물론 물리 세계에 적용하려면 로보틱스 등 별도의 발전이 필요하고, 실험과 임상 시험 같은 실세계 반복(iteration)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인정한다.
거품론자들은 현재 투자 대비 수익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Anthropic의 매출은 2023년 1억 달러에서 2024년 10억 달러로 10배 성장했고, 2025년에는 80억에서 100억 달러로 예상된다. 그러나 Dario 자신도 이 성장이 무한히 지속된다고 바보같이 가정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일부 경쟁사들이 욜로(YOLO)하고 있다며, 위험 다이얼을 너무 멀리 당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술이 아무리 강력하고 모든 약속을 이행해도, 생태계의 일부 플레이어가 조금만 빗나가면 나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어떤 회사를 말하는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맥락상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AI 투자를 단순히 민간 기업의 도박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현재 미국 GDP 성장의 상당 부분이 AI 관련 투자에서 나오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반도체 수요,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닷컴 버블 때와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이다. 당시 인터넷 기업들은 대부분 적자를 내며 광고 수익에 의존했지만, 지금 AI 인프라 투자는 실물 경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더 중요한 차이점은 AI가 국가 전략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닷컴 시대의 인터넷은 민간 주도의 혁신이었다. 정부는 규제자 역할에 머물렀고, 국가 간 경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AI는 다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고 있고, Dario 자신도 민주주의 국가들이 먼저 도달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적 명령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체 AI 생태계 구축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AI 규제와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같은 산유국들도 AI 인프라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시장 논리만으로 투자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설령 단기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안보와 패권이라는 이름으로 투자가 지속된다. 미국 정부는 CHIPS Act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고, 이 투자의 상당 부분이 AI 컴퓨트 인프라로 흘러간다. 민간 기업이 욜로하든 보수적으로 접근하든, 국가 차원의 투자는 계속된다. 거품이 터지려면 투자가 멈춰야 하는데, 국가 전략이 된 영역에서 투자가 멈추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Dario가 AI 분야에서 가장 낙관적인 리더 중 한 명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신중한 접근을 취한다는 점이다. 그는 Anthropic을 보수적이고 책임감 있다고 포지셔닝하며, 안전(Alignment) 연구를 최우선으로 둔다. 이것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다. 그가 OpenAI를 떠나 Anthropic을 창립한 이유 자체가 안전성 문제에 대한 철학적 차이였다.
지금 AI 산업을 닷컴 버블과 비교하는 것은 1995년의 인터넷을 보고 거품이라고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닷컴 버블이 터졌고 수많은 회사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 와중에 아마존과 구글이 태어났다. 문제는 버블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기술 자체의 실체가 있느냐는 것이다. 인터넷은 실체가 있었고, AI도 마찬가지다. 다만 AI는 인터넷과 달리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게임이 되었다. 민간 자본만으로 움직이던 시장이 아니라, 국가 자본과 전략적 의지가 뒷받침하는 시장이다.
Dario의 예측이 맞다면, 2026년에서 2027년 사이에 우리는 전례 없는 변화를 목격하게 된다. 그 예측이 틀리더라도, 우리는 이미 AI가 일상과 산업에 깊이 침투하는 것을 보고 있다. 거품 논쟁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거품을 논하기에는, 아직 열매가 익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