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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사람을 움직인다

10여 년 전, 중국 고위급 인사와 술자리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한국과 일본 기업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사람에게 돈을 안 쓴다.” 미국이나 중국 기업은 고급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데, 한국과 일본 기업은 대우 대신 다른 것을 보장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안정, 복지, 성장 가능성 같은 것들.

인재가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우리는 인재 사관학교다. 우리를 떠난 인재가 다른 곳에서 우리랑 장사하니까 손해는 아니다.”

그 중국인이 지적한 한국 기업의 통병이 하나 더 있었다. 내부 인재는 인재로 안 본다는 것이다. 자꾸 외부에서 검증된 인재를 끌어오려고 하는데, 막상 끌고 오면 내부 인재 취급을 한다. 그러니 그 인재도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또 떠난다. 떠나기 전까지는 인재인 줄 모르고, 떠나고 나면 인재 사관학교라고 한다.

10년이 지났다. 그 논리가 변했는지 숫자를 보면 안다.


2025년 12월, 한국은행이 링크드인 데이터 110만 명을 분석해서 발표한 숫자가 있다. 한국 AI 인력 약 5만7000명 중 16%인 1만1000명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AI 기술을 가진 사람이 해외로 나갈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7%포인트 높다.

한국에서 AI 기술자에게 주는 임금 프리미엄은 6%다. 미국은 25%, 캐나다는 18%, 영국과 프랑스는 15%다. 같은 일을 하는데 나라만 바꾸면 보상이 두 배에서 네 배까지 차이 난다.

기업들은 하나같이 AI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대기업 69%, 중견기업 68.7%가 AI 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숙련 인재가 없다고, 급여 기대치가 높다고 한다. 10년 전 그 중국인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2025년 상반기에만 AI 도입으로 인한 직접 해고가 77,999건 발생했다. 하루 평균 491명이다. 전체 노동시장 1.6억 명에서 보면 0.5% 미만이지만, 테크와 금융에 집중되어 있다. 고객 서비스 직무의 80%가 자동화 가능하고, 데이터 입력 분야에서 750만 명 해고가 예상된다. 18세에서 24세 사이 청년 중 52%가 AI로 인한 경력 위협을 우려한다.

중국은 더 심각하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25년 11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투자 거품을 경고했다. 공식 문구는 “재교육하면 괜찮다, 순증 1.8억 일자리”다. 하지만 진짜 숫자를 돌려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중국 도시 중산층 4억 명 중에서 중급 숙련 직종 종사자가 약 2억 명이다. 사무직, 기술직, 관리직, 금융 보조, 전문직 보조 같은 사람들이다. 이 중 20%만 AI로 대체되면 3600만에서 4000만 명이 실직한다. 연간 신규 대학 졸업생 1200만 명의 3배가 넘는다. 30%면 5400만에서 6000만 명이다. 1998년에서 2003년 사이 국유기업 구조조정 때 해고된 인원과 맞먹는다.

1990년대 말에는 수출로 버텼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 상품을 예전처럼 사주지 않는다.


연쇄 반응은 이렇게 진행된다.

기업이 AI로 10% 인력을 줄이면 이익이 30%에서 50% 늘어난다. 주가가 오르고,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한다. 2025년에 이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가 합쳐서 4만 명을 감원했다. 대부분 중간 관리직과 백오피스다.

중급 연봉 15만에서 35만 위안짜리 일자리가 급감하면 부동산이 흔들린다. 2선, 3선 도시 아파트 매물이 폭증하고, 가격이 30%에서 50% 떨어진다. 항저우와 청두에서는 이미 중고 아파트 거래량이 40% 줄고, 가격이 25% 하락 중이다.

중산층 소비가 20%에서 30% 줄면 내수 시장이 무너진다. 외식, 여행, 교육 산업이 연쇄 도산한다. 메이투안과 샤오홍슈의 매출 성장률은 2021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실업자들이 gig 경제로 몰린다. 그런데 2025년 현재 중국의 배달과 라이더 인력은 이미 6500만 명이다. 더 들어올 자리가 없다. 농촌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농촌은 이미 인구 유출로 빈집 천지다.

2025년 9월 한 내부 세미나에서 나온 말이 있다고 한다. “중산층 5000만 실업은 정치적 레드라인이다. 그 이상이면 치안 유지비도 부족하다.” 그래서 공식 보고서는 절대 5000만이나 6000만 같은 숫자를 쓰지 않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520개 직업의 평균 AI 대체율은 2024년 38.7%에서 2027년 66.7%로 올라간다. 화이트칼라가 비화이트칼라보다 더 급격한 영향을 받는다.

한국 gig 경제는 2025년 약 15조 원 규모다. AI가 배달 시간을 20% 단축하고 라이더 수익을 15% 올렸다. 동시에 카카오모빌리티는 AI 자율 배차로 10% 노동자 감소를 예상한다. 효율은 올라가고, 사람은 줄어든다.


그런데 모든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디디 라이더, 메이투안 배달원, 더우인 스트리머는 오히려 늘고 있다. AI가 경로를 최적화하고 콘텐츠를 생성해주지만, 실시간 대응과 고객과의 감정적 연결은 사람 몫이다. AI 미크로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크리에이터가 30% 증가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새 직업도 생겼다.

패턴 인식 기술자의 임금 프리미엄은 17.9%, 뇌과학은 15.8%다. 반면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같은 기술은 프리미엄이 낮다. 희소성이 가격을 결정한다.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은 비싸지 않다.

AI가 도구가 되면 살아남고, AI가 대체재가 되면 사라진다.


정부는 인재 유출 방지를 말하고, 기업은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말한다. 10여 년간 임금 프리미엄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내부 인재를 인재로 보지 않는 습관도 변하지 않았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사람은 자기 값이 높은 곳으로 흐른다. AI는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기 시작했고, 사람은 AI가 못하는 일을 찾아 움직인다.

중국 당국은 중산층 5000만 실업을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하루 491명이 AI 관련 해고를 당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AI 기술자 6명 중 1명이 해외로 나갔다.

10년 전 그 중국인은 한국 기업이 사람에게 돈을 안 쓴다고 했다. 10년 후, AI는 사람 대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는 건지, 사람에게 돈을 써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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