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장부: 감정적 부채의 축적과 청산
인간의 감정 체계에는 일종의 기록 기능이 존재한다. 경험한 모든 감정, 억눌린 분노, 삼킨 억울함이 어딘가에 축적된다. 이것을 도교에서는 영혼의 장부(帳簿)라 부른다.

감정 폭발의 실제 사례
중국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이 있다. 두 명의 폐지 수거인이 작은 광장에서 빈 생수병 하나를 두고 다투다가, 한 명이 칼로 상대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5푼짜리 플라스틱 병 때문에 두 생명이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물병이 아니었다. 그 폐지 수거인의 내면에는 오랜 세월 쌓인 고단함, 굴욕, 불평등에 대한 원한이 한계점에 도달해 있었다. 물병은 단지 뇌관 역할을 했을 뿐이다.
또 다른 사례, 언젠가 이야기했었지만, 어느 주차장에서 젊고 단정한 어머니가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린 아들을 향해 격렬하게 소리치며 흔들고 밀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아이는 처음에는 울다가 나중에는 울지도 못했다. 그 어머니가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그랬을 리는 없다. 다른 곳에서 쌓인 분노가 출구를 찾아 가장 만만한 대상에게 터져 나온 것이다. 혹은 쌓이고 쌓여서 터진것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작은 분노들을 쌓고, 현대 사회에서는 쌓일 기회가 많다. 어느 순간 누군가 폭발한다면, 그 사람이 감정도 통제 못하는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라, 그만큼 많이 쌓였을 것일수도 있다는 말이다.
도교 권선서인 태상감응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시이천지유사과지신 의인소범경중 이탈인산(是以天地有司過之神 依人所犯輕重 以奪人算)”
천지에는 과실을 관장하는 신이 있어, 사람이 범한 것의 경중에 따라 수명을 깎는다는 의미다. 또한 삼시신(三尸神)이 인체 내에 있어 경신일(庚申日)마다 천조(天曹)에 올라가 그 사람의 과오를 보고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인간의 행위와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기록되고 축적되며, 그 총량이 결국 그 사람의 삶의 질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이다.
“화복무문 유인자초 선악지보 여영수형(禍福無門 惟人自召 善惡之報 如影隨形)”
화와 복에는 별도의 문이 없고, 오직 사람이 스스로 부르는 것이며, 선악의 보응은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 한다.
모든 재난, 모든 좋은 일은 스스로 만든다. 단지 사람들은 재난은 인정 안하려고 들고, 좋은 것은 내가 잘해서라고 믿지만
재난을 경험하는 사람을 보면, 행동, 언어, 사고 방식 모든게 문제가 많은데, 본인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남을 원망하고, 타인을 원망하고,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에, 그 사람들은 그런 문제를 무한 반복 경험하게 된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장자(莊子)는 “인물부물 임만물자용(因物付物 任萬物自用)”이라 했다. 만물이 필요로 하는 것에 따라 그것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태양이 대지를 비추듯,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
이 원리에 따르면, 인간이 내면에 어떤 성질의 것을 쌓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결과가 돌아온다. 원한과 분노를 쌓으면 그에 맞는 상황이, 평화와 수용을 쌓으면 그에 맞는 상황이 형성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아첨해야 할 대상, 맞서야 할 상황, 좋아하지 않는 관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억울함과 분노가 쌓인다.
어떤 사람들은 이 짐을 가는 길에 내려놓는다. 그들의 내면에는 강력한 처리 장치가 있어서, 무엇을 겪든 스스로 대면하고 바로바로 털어낸다. 그들의 마음에는 찌꺼기가 적고, 폭발 위험도 적다. 그래서 자기 통제가 가능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짊어진 채 걷는다. 버리려 해도 안 되고, 둘 곳도 없어서 마음에 쌓아둔다. 점점 많아지고, 악순환이 되어, 결국 원한과 살기로 변한다. 그 자신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이 된다.
상처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이 핵심이 된다.
나쁜 경험과 부정적 감정에 대해 늘 주의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알아야 한다. 마음속의 분노와 원한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제때 풀어내야 한다. 나쁜 감정을 바로 처리하고, 눌러 담거나 숨기지 않는 사람이 영혼의 건강을 지킨다.
만약 회복력이 부족하고 쉽게 상처받는 체질이라면, 욕심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화려하고 탐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면, 그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도 피할 수 있다.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는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인다. 이것이 평온한 마음으로 인연을 맺고 끊는 방법이라고 도가에서는 말한다.
얻지 못한 것을 필사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갚을 수 없는 빚을 지지 않는 것. 영혼은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고, 언젠가 청구서가 온다.
전면 붕괴한 인생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