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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활용은 부정행위?

대학 시험장에서 인공지능 사용을 금지한다는 신문을 봤다.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금지령이 과연 얼마나 오래 유효할 수 있을까.

202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의 이단 몰릭(Ethan Mollick) 교수는 자신의 수업에서 ChatGPT 사용을 의무화했다. 금지가 아니라 의무다. 그는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되,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명시하도록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같은 도구를 사용했음에도 학생들의 결과물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학생은 인공지능의 답변을 그대로 복사했고, 어떤 학생은 인공지능과 수십 번의 대화를 거쳐 자신만의 분석을 만들어냈다.

회계법인 빅4 중 하나인 딜로이트(Deloitte)는 2024년부터 신입 컨설턴트 채용 과정에서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켰다. 지원자에게 복잡한 비즈니스 문제를 주고, 인공지능을 사용해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한다. 평가 기준은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이 아니라, 지원자가 인공지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했는지, 그 결과물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검토했는지다.

같은 인공지능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도 사람마다 얻는 답은 다르다. 질문의 깊이가 다르고, 맥락을 제공하는 능력이 다르며, 결과물을 해석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도구다. 망치를 쥔다고 누구나 같은 집을 짓지 않는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내에 전문직 업무의 약 60퍼센트가 인공지능과의 협업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의사는 진단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고, 변호사는 법률 인공지능과 판례를 검토하며, 엔지니어는 설계 인공지능과 협력한다. 인공지능 없이 일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로 간주될 시대가 온다.

그렇다면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한 가지 방향이다. 또 다른 방향은 인공지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전자는 점점 좁아지는 영역이고, 후자는 점점 넓어지는 영역이다.

시험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학생이 무엇을 암기했는지 확인하는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도구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생긴다. 현실 세계에서 어떤 전문가도 도구 없이 일하지 않는다.

물론 기초 역량의 문제가 있다. 계산기가 있다고 해서 구구단을 모르면 곤란하듯, 인공지능이 있다고 해서 기본적인 사고력이 없으면 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기초 역량의 정의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다. 과거에는 로그표를 외우는 것이 기초였고, 지금은 아무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2024년 스탠퍼드 대학교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에게 동일한 연구 과제를 주었을 때, 인공지능 활용 그룹 내에서도 결과물의 질적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상위 10퍼센트와 하위 10퍼센트의 격차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오히려 더 컸다.

인공지능은 평등하게 주어지지만, 그것을 다루는 능력은 평등하지 않다.

졸업 후 사회에 나갈 학생들에게,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중 무엇이 더 그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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