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욕망이 필요없는 시대, 인간은 무엇을 원할 것인가

2025년 11월19일, 일론 머스크는 워싱턴의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이런 말을 했다. 10년에서 20년 내에 일은 선택이 되고, 화폐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모든 것을 생산하는 시대, 빈곤이 사라지고 모두가 풍요로워지는 시대가 온다는 예측이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 중 두 가지가 재(財)와 관(官)이다. 재는 돈과 물질, 그리고 남자에게는 여자를 의미한다. 관은 명예와 권력, 여자에게는 남자를 뜻한다. 수천 년간 인류는 이 두 가지를 얻기 위해 싸우고, 일하고, 경쟁해왔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더 많은 재와 더 높은 관을 향해 달렸다. 그것이 문명의 동력이었고, 개인 삶의 목표였다.

그런데 만약 재가 무한히 주어진다면. 관이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면. 그것을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미국 복권 당첨자 연구는 흥미로운 데이터를 보여준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대형 복권 당첨자의 약 70퍼센트가 5년 내에 파산을 경험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2016년 연구는 복권 당첨이 장기적 행복 수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돈이 갑자기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행복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경우 방향을 잃었다.

일본에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라는 현상이 있다. 사회적 접촉을 끊고 방 안에서만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일본 내각부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 사이 히키코모리가 약 146만 명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의 재산으로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 일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북유럽 국가들의 역설도 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복지 수준과 소득 평등을 자랑한다. 그런데 WHO 통계를 보면, 이 국가들의 항우울제 사용률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물질적 결핍이 사라진 곳에서, 정신적 결핍은 오히려 두드러졌다.

재와 관은 단순히 소유의 대상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방향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였다. 내일을 견디는 힘이었다. 얻지 못한 것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인간은 살아있음을 느꼈다.

머스크가 말하는 미래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는 2026년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한다. 만약 이 기술이 더 발전해서,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외모와 기능을 가진 존재가 나온다면.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나를 거부하지 않는, 완벽한 파트너가 가능해진다면. 거절의 두려움도, 관계의 피로도, 이별의 고통도 없는 상대가 있다면.

실제로 일본의 연애 시장은 이미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21년 조사에서 18세에서 34세 미혼 남성의 약 70퍼센트가 교제 상대가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연령대 미혼 여성도 약 65퍼센트가 같은 답을 했다. AI 챗봇 레플리카(Replika)의 일본 사용자 수는 2023년 기준 100만 명을 넘었다. 완벽하지 않은 기술 수준에서도, 사람들은 이미 인간 대신 기계와의 관계를 선택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있을 때 휴식은 달콤하다. 배고플 때 밥이 맛있다. 추울 때 따뜻함이 귀하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휴식의 의미도 흐려진다. 항상 배부르면 음식의 맛을 모른다. 언제나 따뜻하면 온기의 가치를 잊는다. 결핍이 있어야 충족이 의미를 가진다.

도교(道敎)에서는 이런 상태를 이미 예견했다. 장자(莊子)는 혼돈(混沌)의 우화를 남겼다. 남해의 제왕 숙(儵)과 북해의 제왕 홀(忽)이 중앙의 제왕 혼돈에게 은혜를 갚으려 했다. 사람에게는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 쉬는데, 혼돈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어주었다. 7일 만에 혼돈은 죽었다. 무언가를 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결핍을 메워주는 것이 반드시 살리는 것은 아니다.

수행자(修行者)에게 욕망의 소멸은 목표다. 재와 관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 그것을 향해 평생을 걸어간다. 그런데 그 과정 자체가 수행이다. 욕망과 싸우고, 마음을 다스리고,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그 여정이 수행자의 삶이다. 만약 시작부터 욕망이 없다면, 그것은 깨달음인가. 아니면 공허인가.

AI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 일하지 않아도 되고, 돈을 벌지 않아도 되고, 사람과 관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그 시대의 인간에게 아침은 어떤 의미일까. 내일은 왜 기다려야 할까. 10년 뒤는 왜 살아있어야 할까.

목표가 있는 삶은 때로 고통스럽다. 목표가 없는 삶은 때로 견딜 수 없다.

그런 시대가 정말 온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할까.

댓글에 인색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