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경제, 결혼이라는 상품이 해체될 때 벌어지는 일
남색경제(男色經濟)란 여성이 남성의 외모와 매력에 돈을 쓰는 시장을 가리키는 중국식 표현이다. 남색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여기서 색(色)은 얼굴빛, 곧 외모라는 뜻이다. 여색(女色)이 여성의 미모를 뜻하듯 남색은 남성의 미모를 뜻한다. 이 시장을 두고 여성이 드디어 남성처럼 소비하게 됐다는 해석이 많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결혼이라는 큰 상품이 팔리지 않게 되자 그 안에 묶여 있던 것들이 낱개로 풀려 나온 것이고, 그 낱개를 파는 자리에 젊은 남성이 새로 들어선 것이다. 수요는 여성의 경제력이 올라가서 생겼고, 공급은 젊은 남성의 경제력이 내려가서 생겼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온 두 흐름이 한 시장에서 만난다. 중국은 지금 그 교차점을 지나고 있고, 일본은 30년 먼저 지나갔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경제학자 랑셴핑(郎咸平)이다. 홍콩중문대 교수를 지냈고 중국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경제 평론가 중 한 사람인데, 최근 방송에서 남색경제를 다뤘다. 요지는 이렇다. 여성의 구매력이 올라가면서 남성이 오래전부터 해 온 소비, 즉 이성의 매력에 돈을 치르는 일을 여성도 하기 시작했다. 이건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의 평등이라는 것이다.
그가 든 사례를 하나씩 풀어보면 이 시장이 어떤 모양인지 보인다. 먼저 하루 남자친구 대여 서비스다. 중국에서는 일일 남자친구(一日男友) 혹은 일세 남자친구(日租男友)라고 부르는데, 잘생긴 청년이 정해진 시간 동안 남자친구 역할을 해주는 상품이다. 쇼핑에 같이 가서 짐을 들어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2021년 후난 지역 언론이 취재한 한 온라인 매장의 가격표를 보면 2시간 오프라인 동행이 600위안, 우리 돈으로 12만 원 정도였다. 손을 잡으면 회당 100위안이 추가되고, 밤 12시 이후는 낮 요금의 1.5배였다. 남자친구의 등급은 네 단계로 나뉘었다. 누가 나올지 모르는 랜덤 뽑기, 그 위에 골드, 그 위에 매장 대표, 맨 위가 수석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 계약도 가능했다. 수익은 청년과 매장이 절반씩 나눴고, 이 매장 한 곳의 월 판매량이 800건을 넘었다. 주 고객은 여대생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서비스이긴 하다.
다음은 동행 촬영이다. 중국어로는 페이파이(陪拍)라고 하는데, 동행한다는 뜻의 陪와 찍는다는 뜻의 拍을 합친 말이다. 여행지나 예쁜 거리에서 잘생긴 청년이 몇 시간 동안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다. 시간당 100위안에서 200위안, 우리 돈 2만 원에서 4만 원 선이다. 사진사를 고용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할 수 있는데, 모집 조건을 보면 다르다. 키 183센티 이상, 미남일 것, 그리고 애매한 분위기를 만들 줄 알 것. 사진이 아니라 사진 찍는 시간을 파는 것이다.
세 번째가 단체 방송이다. 중국어로 퇀보(团播)라고 하는데, 단체를 뜻하는 团과 방송을 뜻하는 播를 합친 말이다.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抖音)에서 대여섯 명에서 열 명 남짓의 남성이 한 화면에 나란히 서서 춤추고 노래하는 생방송을 말한다. 아이돌 무대를 생방송으로 옮겨놓은 것에 가깝다. 시청자는 화면에 선물을 보내 후원하고, 후원이 많이 들어온 멤버가 앞줄에 서거나 개인 무대를 받는다. 멤버끼리 후원 대결을 붙이기도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내가 보낸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앞으로 나가는 구조라서,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렵다. 이 시장은 2025년에 규모 150억 위안, 우리 돈 3조 원 가까이 됐고 하루 8천 개가 넘는 방송이 열린다. 2026년에는 400억 위안을 바라본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판이 커지자 2026년 1월부터 국가 표준이 시행됐는데, 그중 하나가 후원 냉각기(打赏冷静期)다. 큰돈을 보내기 전에 잠시 멈추게 하는 장치다. 이런 규정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이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말해준다.
네 번째는 남성 공연이다. 근육과 복근이 드러나는 남성 무용 공연이나 남성 아이돌 그룹 콘서트에 여성들이 비싼 값을 치른다. 마지막으로 게임이 있다. 여성 이용자를 겨냥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일본에서는 오토메 게임(乙女ゲーム)이라고 부른다. 화면 속 남성 캐릭터와 연애하는 게임이다.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叠纸)가 만든 러브 앤 딥스페이스(恋与深空)는 2024년 1월에 나와 15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8억 2600만 달러, 우리 돈 1조 1천억 원 넘게 벌었다. 그중 60퍼센트가 중국에서 나왔고, 2024년 12월 한 달 매출만 9860만 달러였다. 사람도 아닌 그림 속 남성에게 여성들이 치른 돈이 이 정도다.
그러니 여성이 남성처럼 소비한다는 관찰은 맞다. 다만 이것을 새로운 현상으로 읽으면 절반을 놓친다. 미국에서는 197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치펀데일스(Chippendales)라는 남성 스트립 공연단이 생겼고, 여성 관객이 지폐를 들고 줄을 섰다. 할리퀸(Harlequin) 로맨스 소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여성의 돈으로 굴러간 산업이었다. 일본의 호스트 클럽은 남성 접대부가 여성 손님 옆에 앉아 술을 따르고 대화를 이어가는 업소인데, 1990년대 거품 경제가 무너진 뒤에 오히려 커졌다. 2000년대에는 이미 렌탈 남자친구(レンタル彼氏)가 상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한국에도 같은 업종이 음지에 있다. 중국에서 지금 한꺼번에 등장한 일일 남자친구, 동행 촬영, 단체 방송, 연애 게임은 다른 나라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상품이 중국 여성의 구매력이 임계점을 넘자 한꺼번에 들어온 것이다. 전 세계적 현상이냐고 묻는다면 그렇고, 동아시아가 가장 앞서 있다. 아이돌 팬덤이 자리 잡혀 있고 결혼율이 낮은 사회일수록 이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간의 순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에서 호스트 산업이 커진 것은 경기가 좋을 때가 아니라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뒤였다. 중국에서 남색경제가 커지는 것도 부동산이 꺾이고 청년 취업이 막힌 뒤다. 중국 국가통계국 기준으로 재학생을 뺀 16세에서 24세 실업률은 2026년 3월에 16.9퍼센트였고 6월에 14.9퍼센트로 내려왔지만 전년 같은 달보다 높다. 결혼 등록은 2024년에 610만 쌍으로 1980년 이후 가장 적었고, 2025년에는 676만 쌍으로 반등했지만 10년 전의 절반 남짓이다. 즉 이 시장은 경기가 좋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나빠져서 커진 시장이다.
그래서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와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2001년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의 회장 레너드 로더(Leonard Lauder)가 경기가 나빠지면 립스틱이 오히려 잘 팔린다고 말한 데서 나온 용어다. 명품 가방은 못 사도 립스틱 하나는 살 수 있으니, 큰 사치를 포기한 사람이 작은 사치로 기분을 산다는 뜻이다. 남색경제도 같은 구조다. 결혼, 집, 안정된 미래라는 큰 행복이 너무 비싸져서 살 수 없게 되자, 그 조각을 600위안짜리 두 시간으로 나눠 사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패키지 상품이 해체되어 쇼핑 동행, 사진 촬영, 대화, 눈요기로 낱개 판매되는 셈이다. 중국의 1인 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의 5분의 1이다.
그런데 수요 쪽만 보면 그림이 절반이다. 공급 쪽을 보면 이야기가 뒤집힌다. 여성이 돈을 내는 것은 여성의 경제력이 올라갔기 때문이지만, 잘생긴 젊은 남성이 그 돈을 받으러 나온 것은 남성의 경제력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취업이 안 되는 청년이 외모를 현금화하는 것이다. 일본 호스트가 그랬고, 지금 단체 방송 화면에서 춤추는 청년들도 그렇다. 일일 남자친구 매장의 수익 절반 분배 구조, 그러니까 100위안짜리 주문에서 청년이 50위안을 가져가는 구조는 그 노동이 얼마짜리인지 보여준다. 그러니 남색경제는 여성이 남성과 같아진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젊은 남성이 과거에 여성이 있던 자리로 밀려 내려간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비의 평등이 아니라 자리의 교대에 가깝다. 도덕경(道德經) 40장에 反者道之動이라는 구절이 있다.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라는 뜻이다. 한쪽으로 기울었던 것은 반드시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방식이 균형이 아니라 위치 교환일 때가 많다. 남성이 사고 여성이 팔던 자리가, 여성이 사고 남성이 파는 자리로 바뀌었을 뿐 사고파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다.
여성이 사는 것과 남성이 사던 것이 같은 물건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남성이 사던 것은 대체로 몸이었다. 여성이 사는 것은 대체로 나를 봐주는 시간이다. 호스트 클럽이 파는 것은 술이 아니라 경청이고, 일일 남자친구가 파는 것은 쇼핑백을 들어주고 사진을 잘 찍어주는 배려다. 단체 방송은 화면 너머라 신체 접촉이 전혀 없는데도 돈이 흐른다. 연애 게임은 아예 사람이 아니다. 여성의 소비는 안전한 거리에서 감정을 사는 쪽으로 기울고, 남성의 소비는 그 반대로 기울어 왔다. 겉모양은 대칭인데 사고 있는 물건은 다르다. 규모도 아직 다르다. 방향은 평등을 향하지만 수준은 멀었고, 전 세계 성산업 규모와 남색경제 규모를 나란히 놓으면 남성의 돈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여성의 소비가 눈에 띄는 것은 새로워서지 커서가 아니다. 다만 성장률로 보면 이야기가 다르고, 앞으로 10년은 이쪽이 더 빨리 큰다.
일본은 이 시장의 결말 하나를 먼저 보여줬다. 감정을 파는 시장은 몸을 파는 시장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 몸은 한 번 사면 끝나지만 나를 봐주는 사람은 계속 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호스트 클럽은 그 심리를 외상으로 키웠다. 일본어로 우리카케(売掛)라고 하는데, 손님이 그날 돈이 없어도 호스트가 대신 외상을 달아주고 나중에 갚게 하는 관행이다. 처음엔 소액이었다가 외상이 쌓여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되고, 그 빚을 갚으려 성산업으로 밀려나는 젊은 여성이 사회 문제가 됐다. 도쿄도가 2023년 12월부터 넉 달간 운영한 특별 상담 창구에 들어온 87건을 보면 피해자 평균 나이는 28.6세였고 평균 계약 금액은 500만 엔, 우리 돈 4천 5백만 원을 넘었다. 결국 2025년 6월 28일 개정 풍속영업법이 시행됐다. 손님의 연애 감정을 이용해 요금을 청구하는 행위, 일본에서 색련영업(色恋営業)이라 부르는 영업 방식이 금지됐고, 위반하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100만 엔 이하 벌금이다. 중국이 단체 방송에 후원 냉각기를 둔 것은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미리 막아보려는 시도다. 단체 방송의 후원 순위 경쟁이 호스트 클럽에서 손님들이 자기 호스트를 1등으로 만들려고 샴페인 타워를 주문하는 구조와 정확히 같기 때문이다. 립스틱은 한 개 사면 그만이지만, 이 립스틱은 다음 주에 또 사야 한다.
랑셴핑의 관찰은 맞고 세계적 흐름도 맞다. 다만 여성이 남성처럼 됐다는 문장보다는 결혼이라는 큰 상품이 무너지면서 남녀 모두 조각을 사고팔게 됐다는 문장이 현상에 더 가깝다. 그 조각을 파는 쪽이 지금은 젊은 남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이 30년 전에 걸어간 길을 중국이 지금 걷고 있다면, 그다음에 어디로 가는지도 일본이 먼저 보여준 셈이다. 다만 일본에는 도우인이 없었고 연애 게임이 한 해에 8억 달러를 벌지도 않았다. 같은 길이라도 속도가 다르면 도착하는 곳이 같으리란 보장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