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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 선포와 수학 난제의 88시간 — 인간 전문성의 해자가 무너지고 있다

2026년 9월, 오픈AI가 AGI가 도래했다고 선포했다. GPT-6 아스트라(Astra)를 공개하면서 공동창업자 그렉 브록만은 이것이 AGI의 시작이라고 말했고,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한술 더 떠서 “AGI가 도착했다”고 선언했다. AGI 선포가 마케팅인지 실체인지는 아직 논쟁 중이지만, 그 직후에 벌어진 일은 논쟁의 여지가 적다.

오픈AI는 1만 개의 AI 에이전트(Agent)를 동시에 가동해 88시간 만에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을 풀었다고 발표했다. 나비에-스토크스는 클레이 수학연구소(Clay Mathematics Institute)가 2000년에 지정한 7대 밀레니엄 난제 중 하나로, 90년간 풀리지 않았던 문제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는 이 문제를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약 270만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약 1,300억 개의 출력 토큰을 생성하면서 풀어냈고, 추가로 17시간에 걸쳐 린(Lean) 프로그래밍 언어로 증명을 형식 검증했다. 수백만 달러의 컴퓨팅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반응은 갈렸다. 프린스턴의 찰스 페퍼먼(Charles Fefferman)은 이 문제의 공식 기술서를 작성한 장본인인데, 문제가 풀린 것에 기뻐하면서도 진짜 지적 공헌자는 디에고 코르도바(Diego Córdoba)와 루이스 마르티네스-조로아(Luis Martínez-Zoroa)라고 지적했다. 이 두 수학자가 개발한 ‘무한 연쇄(infinite cascade)’ 기법이 풀이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NYU의 트리스탄 벅마스터(Tristan Buckmaster)는 더 직접적이었다. 자신이 오픈AI의 코덱스(Codex)에 넣어둔 미공개 연구가 AI 학습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AI가 생성한 논문을 “AI 쓰레기(AI slop)”라고 불렀다. 오픈AI 측은 “비식별화된 데이터가 모델 개선에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이를 전면 부인했다.

25명의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들이 공개서한을 냈다. 이들의 요지는 명확했다. AI 기업들이 증명을 급하게 발표하면서 충분한 검증 시간도, 적절한 공저자 표기도 없이 성과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도로 수백 명의 수학자들이 서명한 또 다른 공개서한은 오픈AI가 후원한 ‘매서슨(Mathathon)’ 대회를 겨냥했다. “40시간은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풀고, 소통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고, 이 대회가 “쓰레기 수학(slop mathematics)”을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오픈AI는 칼텍(Caltech)의 AI 수학 대회 후원에서 철수했다.

UCLA의 테렌스 타오(Terence Tao)는 이 시대 최고의 수학자 중 한 명이다. 그가 한 말이 핵심을 찌른다. “실수, 잘못된 방향, 불완전한 풀이가 수학 발전에 필수적이다.” 그는 AI가 투명성 없이 문제를 너무 빨리 풀어버리면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통찰과 새로운 분야가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수학자들이 우울해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주요 미해결 문제들이 자금력 있는 AI 기업의 독점 모델에 의해 먼저 해결되면, 학계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이것이 수학이라는, 순수 지성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 소프트웨어 개발의 영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GPT-6 아스트라가 공개되자 개발자 커뮤니티에 불안이 확산되었다. 이 모델은 코딩, 호스팅 셸, 패칭, 컴퓨터 사용, MCP(Model Context Protocol) 등을 지원하며, OSWorld 2.0에서 72.6%의 성과를 기록했다. 단순히 코드 조각을 제안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단계 엔지니어링 작업(multi-step engineering task)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 이후 6분기 내 주니어 개발자 채용이 약 10% 감소했고, 스탠퍼드대 연구는 AI 노출이 높은 직군의 청년층 고용이 13% 이상 줄었다고 보고했다.

개발자들이 해자(Moat)라고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능력, 디버깅하고 최적화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이 AI가 접근 가능한 영역이 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AI가 코드를 짜주긴 하지만 실제 프로덕션 레벨의 엔지니어링은 인간의 영역”이라는 것이 업계의 통념이었다. 그 통념이 매달 조금씩 깎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이 비단 수학이나 개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것들 — 창작, 번역, 법률 분석, 의학 진단, 심지어 과학적 발견까지 — 이 하나씩 AI의 손이 닿는 범위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시작점이다. 몇 개월 후면 지금의 아스트라도 구식이 될 것이고, 그때는 또 다른 벽이 무너질 것이다.

도가(道家)의 장자(莊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포정(庖丁)이 소를 잡을 때 칼이 뼈와 힘줄 사이를 지나가니 칼날이 19년이 지나도 방금 숫돌에서 나온 것 같았다는 이야기다. 포정의 해우(解牛)가 가능했던 것은 소의 구조를 완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소의 구조를 AI가 포정보다 더 정밀하게 파악한다면, 포정의 19년 수련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문제는 가치의 재정의다. 인간이 20년을 걸려 쌓은 전문성의 가치가, 88시간 만에 같은 결과를 내놓는 기계 앞에서 어떻게 재정의될 것인가. 테렌스 타오의 지적처럼, 답을 구하는 과정 자체가 가치인 영역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시장은 그런 구분을 하지 않는다. 시장은 결과에 가격을 매기지, 과정에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

수백 명의 수학자가 서명한 공개서한, 25명의 필즈상 수상자들의 경고. 이것은 기득권의 저항이 아니다. 인류가 지적 활동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 순간은 몇 년 후가 아니라,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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