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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시나리오: 나의 운명을 설계하는 법

인간의 삶에는 시나리오가 있다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한 편의 시나리오를 갖고 온다. 오늘 점심에 짬뽕을 먹을지 짜장을 먹을지, 그런 자잘한 것까지 써놓은 대본은 아니다. 큰 줄기가 있다. 대략 어느 시기에 어떤 일을 겪고, 어느 구간에서 어떤 시험이 놓이는지, 그 정도가 그려져 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 그렇게 정밀하게 찍혀 있는 것이 아니다. 대략 어떤 기간 안에 어떤 종류의 일이 펼쳐진다, 그 수준이다. 시나리오는 정밀한 설계도가 아니라 큰 강물의 흐름에 가깝다.

도교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기록된 것을 생사부라 부른다. 저승에 보관되어 있는, 한 사람의 생과 사가 기록된 책이다. 이것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다. 대만의 민간 도교에서는 “관락음”이라는 술법을 통해 살아 있는 사람이 직접 저승을 방문하고, 자신의 원진궁에서 이 생사부를 열어보는 사례가 실제로 전해진다. 원진궁은 사람마다 저승에 존재하는 일종의 영혼의 거처인데, 그 안에 본인의 생사부가 보관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대만의 작가 삼마오(三毛)다. 본명 진평(陳平), 1943년생으로 “사하라의 이야기” 등으로 중화권 전역에서 사랑받았던 작가다. 1985년 10월 24일, 삼마오는 대만 타이베이 무극자선당의 여금호 법사가 집전하는 관락음 술법에 참여했다. 그녀는 술법 중에 자신의 원진궁에 도달했고, 그곳에서 고대 선장본 형태의 두꺼운 책을 발견했다. 금빛으로 빛나는 글자가 빼곡했고,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시, 아버지 이름인 진사경(陳嗣慶), 가족 관계까지 모두 정확히 기록되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일생에 23권의 책을 쓴다”는 기록이었다. 당시 삼마오가 출간한 책은 14권에 불과했고, 그녀 자신도 그 숫자를 의아하게 여겼다. 그런데 1991년 1월 삼마오가 세상을 떠난 뒤 확인해보니, 1976년 첫 작품 “사하라의 이야기”부터 마지막 작품 “곤곤홍진”까지, 정확히 23권이었다. 이 과정은 현장에서 녹음되었고, 후에 당시 동석했던 작가 취공자에 의해 녹취록으로 정리되어 황관잡지에 공개되었다. 녹음 원본은 당시 참석자였던 장개기가 보관하고 있었는데, 삼마오 사후에야 그 내용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 삼마오가 생사부를 더 넘겨보려 했을 때, 36세와 45세 사이의 페이지에서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48세에 세상을 떠났다. 생사부가 굳이 그 구간을 보여주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존재는 동양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양의 영성 연구자 로버트 슈워츠(Robert Schwartz)는 “Your Soul’s Plan”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 영혼 상태에서 자신의 삶의 도전과 과제를 미리 설계한다는 개념을 다뤘다. 그는 다트머스 대학 심리학 학사,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4명의 영매와 협력하여 수십 명의 사전 출생 계획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질병, 장애, 사고, 사별 같은 큰 시련들은 영혼이 성장하기 위해 태어나기 전에 스스로 선택한 과제라는 것이다. 전생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혹은 치유를 위해, 혹은 타인에 대한 봉사를 위해 시나리오가 짜여진다고 한다. 도교에서 말하는 전생의 업을 바탕으로 본인이 시나리오를 작성한다는 것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상당히 오해하는 것이 있다. 생사부에 직업이 기록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직업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보통 기록되어 있는 것은 언제 큰 병에 걸리는지, 언제 사고를 당하는지, 재산은 어느 수준인지, 언제 세상을 떠나는지, 그런 것들이다. 삶의 굵직한 분기점과 시험이 적혀 있을 뿐, 무슨 일을 해서 밥벌이를 하는지는 본인의 선택 영역이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악행을 저지르면 좋은 일은 발생하지 않고, 선행을 쌓으면 불행한 사건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시나리오는 살아가면서 계속 변한다. 생사부가 쓰여진 시점과 실제 살아가는 시점 사이에는 본인의 행위라는 변수가 끊임없이 개입한다. 이것은 동양의 적선여경이라는 옛말과도 통하고, 서양 영성계에서 말하는 자유의지와 사전 계획의 상호작용이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생사부를 직접 열어 답을 얻는 술법은 관락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승의 신선을 모시는 문파에서 전해지는 지부세차라는 술법이 있다. 이것은 본인의 생사부를 열어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인데, 관락음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관락음이 본인이 직접 보는 것이라면, 지부세차는 법사가 저승의 존재를 통해 열어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그 시나리오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칠 수는 없는가. 도교에는 그 답이 있다. 얼마 전 소개한 음양순성이 바로 그것이다. 음양순성은 전생의 업이 현생에 미치는 영향, 영혼에 얽힌 문제, 그것을 푸는 방법론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술법이다. 또 영혼각차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영혼의 각성을 돕는 술법이다. 영혼이라 함은 육체에 깃든 본질적 존재를 말하며, 그 영혼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현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된다.

도교와 여타 종교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종교는 내세의 구원이나 깨달음을 목표로 삼는다. 도교도 물론 수련을 통한 도의 체득이라는 궁극적 목표가 있지만, 동시에 인간계에 존재하는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도구들을 갖추고 있다. 사주팔자로 한 사람의 타고난 시간 에너지를 읽고, 풍수로 공간의 에너지를 조율하고, 주역점으로 미래의 흐름을 살피고, 기문둔갑으로 시간과 방위의 힘을 운용하고, 육임으로 사안의 길흉을 판별하고, 부적으로 에너지를 방어하거나 증폭시키고, 법사의 과의로 영적 문제를 해결한다. 이 모든 것이 도교라는 하나의 체계 안에 들어 있다. 단일한 종교 안에 이만큼의 실용적 도구가 갖춰진 경우는 찾기 어렵다.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 그것이 전생의 업을 바탕으로 본인의 영혼이 작성했다는 것, 그러나 그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행위에 따라 바뀐다는 것. 이 세 가지를 이해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진다. 누군가의 불행이 단순히 운이 나빠서가 아닐 수도 있고, 누군가의 행운이 그저 요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의 다음 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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