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길을 알고 있다 – AI 시대 인성(印星)의 붕괴와 유동성의 쏠림
AI 시대에 전문직이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직업별 AI 대체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의사와 한의
사가 99%로 가장 높았고, 회계사 81%,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가 79%를 기록했다. 사람에게 어려운 논리와
법률 해석은 AI에게 쉽고, 사람에게 쉬운 걷기와 손기술은 AI에게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런데 정작 위험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다. 이 변화를 감지한 사람들이 보이
는 반응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체 자격시험 응시자는 약 7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
다.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매년 20만 명 이상이 몰리고, AI 관련 민간자격증은 2022년 25건에서 2024년 98
건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ADsP) 응시자는 15만 명을 돌파했다. 영국에서는 대학 학
부생 등록률이 전년 대비 1.1% 하락해 10년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고, 직업훈련 기관의 공학 및 건설 관련
과정 등록률은 3년간 9% 이상 상승했다. 시사저널은 이 현상을 두고 “AI 확산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결과”라
고 분석했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이 현상을 읽으면 구조가 선명해진다. 인성(印星)은 나를 낳아주는 기운이다. 학력, 자격
증, 전문성, 내가 쌓아온 지적 기반. 정인(正印)은 정규 교육과 공인된 자격이고, 편인(偏印)은 비정규적이지만
실질적인 기술과 노하우다. 이 인성(印星)이 한 사람의 사회적 자리를 만든다. 의사는 의사면허가 인성(印星)이
고,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이 인성(印星)이며, 회계사는 공인회계사 시험이 인성(印星)이다. 평생을 걸어 쌓은
이 기반이, AI라는 새로운 변수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5년 공개한 AI 진단 시스템
MAI-DxO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의 304건 실제 사례에서 85.5%의 정확도를 기록했는데, 같은 사례에서
인간 의사의 정확도는 약 20%였다. 법률 분야에서는 23년차 변호사가 수행하던 판례 정리와 분석 업무를 AI
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AI 도입이 확대될 경우 미국 전체 고용의 67%가 대체 위
험에 놓인다고 분석했고, 특히 컴퓨터 프로그래머, 회계사, 법률 보조원, 고객 서비스 담당자를 높은 위험군으
로 분류했다.
인성(印星)이 무너지면 사람은 뿌리가 뽑힌 나무와 같은 상태가 된다. 명리학에서 인성(印星)은 일간(日干)을
생(生)해주는 오행(五行)이다. 내가 서 있을 수 있는 기반이자, 세상의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뿌리다. 그 뿌리가 흔들릴 때 사람에게 나타나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얼어붙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 없는 파리처럼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후자에 가깝다. 코딩을 배워야 한
다, AI 자격증을 따야 한다, 주식을 해야 한다, 코인을 사야 한다. 방향 없이 공포에 쫓겨서 이것저것 손을 대는
데, 이것이 명리학에서 말하는 겁재(劫財)의 에너지와 닮아 있다. 겁재(劫財)는 나와 같은 오행(五行)이면서 나
와 음양이 다른 기운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아닌데 나인 척하는 에너지다. 불안에 쫓겨 하는 행동은 내 것이
아닌 길을 내 길인 양 달려가는 것과 같다. 그리고 겁재(劫財)의 본질은 재물의 손실이다. 불안이 만들어낸 행
동은 거의 대부분 돈을 잃는 쪽으로 귀결된다.
돈은 지금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2025년 기준,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이라 불리는 일곱 개
기업이 S&P 500 시가총액의 34.3%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에 12.3%였던 것이 10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S&P 500 전체 수익의 약 42%가 이 일곱 개 기업에서 나왔다. 골드만삭
스에 따르면, 현재 S&P 500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최고치였던 27%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미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성장의 상당 부분은 AI와 기술주 몇 개가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성장 자체가 이미 거대한 쏠림이다.
이 구조는 1999년과 묘하게 닮았다. 그해 나스닥은 85.6% 폭등했지만, 실제로는 상승한 종목보다 하락한 종
목이 더 많았다. 퀄컴 한 종목이 2,619% 올랐고, 12개 대형주가 각각 1,000% 이상 상승했다. 소수의 기업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대다수의 기업과 대다수의 투자자는 그 흐름 밖에 있었다. 나스닥의 시가총액은 1990
년 뉴욕증권거래소의 11%에 불과했지만, 1999년 12월에는 80%에 달했다. 모든 유동성이 한 방향으로 쏠렸
다. 그리고 2000년 3월 10일, 나스닥은 5,048을 찍고 무너지기 시작해 2002년 10월까지 78%가 빠졌다.
닷컴 기업의 50% 이상이 2004년까지 파산했고, 나스닥이 2000년 고점을 회복하는 데는 15년이 걸렸다.
물론 지금의 AI 기업들과 당시 닷컴 기업들은 다르다. 2000년 나스닥 100의 IPO 기술 기업 중 실제로 이익을
내는 기업은 14%에 불과했지만, 지금의 매그니피센트 7은 실질적인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 시스코가 주가
매출비율(Price-to-Sales Ratio) 200배에 거래되던 시절과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구조적 위험은 유사하
다. 닷컴 버블 정점에서 S&P 500 상위 5개 종목의 비중은 18%였고 상위 10개는 27%였다. 지금은 상위 5
개가 27%, 상위 10개가 37%다. 역사상 전례 없는 쏠림이다.
명리학에서 오행(五行)의 한쪽으로 기(氣)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편고(偏枯)라 한다. 물이 너무 많으면 나무
가 썩고, 불이 너무 강하면 금이 녹는다. 지금 글로벌 유동성은 AI라는 하나의 테마에 쏠려 있다. 이것은 오행
(五行)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다. 한쪽이 극성하면 반드시 반대쪽이 고갈된다. 매그니피센트 7에 몰려 있는 자
본은 중소기업, 실물경제, 신흥국, 전통 산업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미국의 성장이 화려하게 보이는 만큼, 그 이
면에서 마르고 있는 곳이 있다. 한국의 실물경제가 그 마른 곳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쏠림을 보면서 “나도 저기에 타야 한다”고 느낀다. 이것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인성(印
星)이 흔들려 불안하고, 그 불안이 겁재(劫財)의 충동으로 바뀌고, 그 충동이 쏠림의 끝자락에 올라타게 만든
다. 명리학에서 이것을 식상생재(食傷生財)의 왜곡이라 볼 수 있다. 원래 식상(食傷)은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내
는 생산물이고, 그것이 재성(財星)으로 이어지는 것이 건강한 순환이다. 내 노동, 내 전문성, 내 창의력이 돈으
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흐름. 그런데 AI가 식상(食傷)의 영역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노동이 재성(財
星)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 그래서 식상(食傷)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재성(財星)을 잡으려 한다.
노력 없이 투자 수익만 얻으려 하는 것, 전문성 없이 트렌드에만 올라타려는 것. 이것은 식상(食傷) 없는 재성
(財星) 추구다. 명리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구조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 것이다.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편에 산목(散木)이라는 나무가 나온다. 아무 쓸모가 없어서 목수가 거들떠보지 않는
나무다. 그런데 장자(莊子)는 바로 그 쓸모없음 덕분에 나무가 베어지지 않고 천년을 살았다고 말한다. 無用之
用, 쓸모없음의 쓸모. 지금 시장이 “쓸모 있다”고 판단한 영역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쓸모없는”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의 삶을 실제로 지탱하는 것들, 식당, 소매점, 건설현장, 교육,
돌봄, 이런 것들은 시장의 관심 밖에 있다. 유동성이라는 기(氣)가 한쪽으로만 몰려 있는 동안, 삶의 실질적 기
반은 조용히 마르고 있다.
빌 게이츠는 2025년 초 한 인터뷰에서 10년 이내에 AI가 의사와 변호사의 업무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
라 말했다. 최고 수준의 의료 자문과 교육이 사실상 “무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2025년 미래직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고용주의 41%가 향후 5년 내 AI로 인한
인력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이 변화가 벌어지는 속도와, 사람이 이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 사이에는 엄
청난 간극이 있다. AI가 만들어낼 새로운 일자리는 77%가 석사 학위 이상을 요구한다. 기존 인성(印星)이 무
너지고 새로운 인성(印星)을 쌓으려 해도, 그 진입장벽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도덕경(道德經) 제16장에 致虛極 守靜篤이라는 구절이 있다. 비움을 다하고, 고요함을 두텁게 지키라는 뜻이
다. 만물은 함께 자라나지만, 나는 그 돌아감을 볼 뿐이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시대에, 고요히 서서 그 돌아감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나 뒤처지는 것이 두렵고, 누구나 내 인성
(印星)이 무너지는 것이 불안하다. 그 두려움과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두려움에 쫓겨 달리기 시작하면,
그 달림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1999년 나스닥에 올라탔던 사람들이 이미 보여주었다. 돈은 길을 알고 있다.
다만 그 길이 내 길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