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체면보다 중요한 성장의 태도

체면을 버리면 인생이 순탄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뻔뻔하게 굴어야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체면을 구길 일이 생겼을 때, 그것에 오래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다.

사람이 살면서 체면 안 구기고 살 수는 없다. 주홍이(周鸿祎)라는 중국의 유명한 기업인이 있다. 360이라는 보안회사를 만든 사람이다. 이 사람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겪은 일화가 있다. 포럼 담당자가 10만 위안을 후원하면 30분 연설권을 주겠다고 했다. 한국돈으로 약 2천만원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주홍이는 돈을 내고 원고를 10장이나 준비해서 갔다. 그런데 막상 연설을 시작하니 포럼 의장인 슈밥 박사가 달려와서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다. 알고 보니 그 담당자에게는 연설 시간을 배정할 권한이 없었다. 멋대로 약속을 한 것이다. 슈밥 입장에서는 예정에 없던 사람이 갑자기 길게 떠드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주홍이는 돈을 냈으니 끝까지 하겠다며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뛰어다녔다. 장내가 웃음바다가 됐다. 나중에 마윈이 그에게 말했다. “형, 연설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재미있는 이야기를 섞어야 하고, 짧고 굵게 해야 해.”

또 한 번은 연설 중에 할 말을 까먹었다. 멍하니 서 있다가 무대를 내려왔다. 창피해서 한동안 연설 자리를 피했다. 그러다 장차오양(张朝阳)이 연설하는 걸 봤다. 소후닷컴 창업자다. 이 사람도 연설 중에 말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1분쯤 가만히 서 있더니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주홍이는 그 장면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내가 민망하지 않으면 민망한 건 상대방이다. 장차오양은 그걸 보여준 것이다. 말을 잊어버린 건 민망한 상황이다. 그런데 본인이 민망해하지 않으니 청중이 오히려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다 다시 시작하니까 아무 일도 없던 게 된다.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웃음거리가 됐다고 스스로 쪼그라드는 게 문제다. 상대방의 반응을 과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남의 실수에 그렇게 오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래 기억하는 건 본인뿐이다.

누구나 실수한다. 문제는 실수 자체가 아니라 실수 이후의 태도다. 체면을 구긴 순간은 운이 나빠서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온전히 그 사람의 역량이다.

성장하려면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다. 빠르게 성장한다는 건 문제가 빠르게 터진다는 뜻이고, 문제가 터지면 체면이 구겨질 일이 생긴다. 창업자가 투자자 앞에서 말을 더듬고, 신입사원이 회의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처음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 앞에서 쩔쩔맨다. 다 같은 이치다.

스티브 잡스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다. “나는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는 걸 좋아해. 그들의 자존심을 신경 쓸 필요가 없거든.” 인터뷰어가 물었다. “똑똑한 사람들은 자존심이 없나요?” 잡스가 답했다. “아니, 그들은 체면을 지키는 것보다 성장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고 에너지를 쓰지 않아.”

사람은 복잡하고, 사람이 모이면 복잡함이 제곱이 된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감정이 흐르고, 목적이 충돌한다. 1초 전에 너를 감싸주던 사람이 1초 후에 너를 깎아내릴 수 있다. 그게 인간 군상이다. 모든 사람의 기분을 맞춰줄 수는 없다. 그러니 누군가는 반드시 체면을 구기게 되어 있다. 네가 아니면 내가, 내가 아니면 네가.

체면을 쉽게 구긴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보면, 실제로 그들의 체면을 구긴 건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경우가 많다. 남이 뭐라고 한 게 아니라, 남이 한 말을 자기가 확대해석한 것이다. 공격이 아닌 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질문을 비난으로 받아들인다.

도가에서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사실은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과거에 매달리지 않으면, 그 과거는 정말로 사라지는 것이다. 반대로 지금의 내가 과거를 끌어안고 있으면, 그 과거는 미래까지 따라온다.

어떤 일은 네가 보내주면 영원히 떠나고, 네가 붙잡으면 평생 너와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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