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irit World

생명 – 방생

청나라 말기의 명신 좌종당이 태평천국을 진압한 뒤 민절총독으로 부임하여 복주로 향했다. 복주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이상한 일과 마주쳤다. 어느 백정이 소 한 마리를 잡으려던 참에, 그 소가 갑자기 미친 듯이 날뛰며 밧줄을 끊고 밖으로 내달렸다. 소는 멈추지 않고 달려 총독 관아로 뛰어들더니, 대청 위에 무릎을 꿇었다. 아전들이 소를 끌어내려 했으나 네 발이 땅에 뿌리박힌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소란이 안채까지 들리자 좌종당이 사람을 보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 사정을 들은 좌종당은 생각했다. 이 소가 일부러 찾아온 것이 마치 나에게 무언가를 호소하는 것 같구나. 소 한 마리 값이야 총독에게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그는 돈을 내어 소를 사들인 뒤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석고산사, 지금의 용천사로 보내 스님들에게 기르게 하고 사육비까지 넉넉히 주었다.

얼마 후 서북 지역이 어지러워지자 좌종당은 섬감총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님들은 관리가 떠났으니 다시 돌아올 리 없다고 여겨 소 돌보기를 게을리했고, 몇 년 뒤 소는 죽고 말았다. 스님들은 소를 절 옆에 묻어두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렀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침략했는데, 당시 베트남은 청나라의 속국이었다. 프랑스는 청나라에 베트남 할양을 강요하기 위해 해군 제독 쿠르베(Courbet)로 하여금 복건을 습격하게 하여 복건수사를 전멸시켰다. 서태후는 크게 놀랐다. 베트남이야 잃으면 그만이지만 복건은 본토이니 절대 잃어서는 안 되었다. 복건수사는 본래 좌종당이 일군 것이니 이 위기를 수습하려면 역시 좌종당을 써야 했다. 조서 한 장이 날아들어 좌종당에게 복건으로 가서 난을 평정하라 명했다.

출발에 앞서 서태후가 좌종당을 불러 프랑스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었다. 좌종당이 아뢰었다. “신이 오기 전에 꿈을 꾸었는데, 늙은 소가 신에게 말하기를 프랑스 장수 쿠르베가 이미 죽었다 하였습니다. 뱀은 머리가 없으면 나아가지 못하는 법, 이번 출정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서태후가 몹시 놀라 물었다. “늙은 소라니, 그게 어디서 온 것이냐?” 좌종당이 대답했다. “이십 년 전 신이 복주 석고산에 방생한 소입니다.” 서태후는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좌종당이 칠십이 넘어 노망이 났단 말인가. 이런 국가 대사를 두고 꿈에 소가 말해주었다니, 이렇게 허황된 소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조서는 이미 내려진 뒤였고 달리 대신할 만한 인재도 없었으므로, 화를 삭이며 어서 복건으로 떠나라 명할 수밖에 없었다.

좌종당은 복건에 도착하자 사람을 보내 그 소의 안부를 살피게 했다. 스님들은 고관이 다시 왔다는 소식에 몹시 두려워하며 밤새 소의 무덤을 새로 단장하고 사당까지 지었다. 파견된 이가 돌아와 소가 이미 죽었다고 보고하자, 좌종당은 노하지 않고 말했다. “진작 그럴 줄 알았다. 죽지 않았다면 어찌 꿈에 찾아와 쿠르베가 죽었다고 알려줄 수 있었겠는가. 살아 있는 소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죽은 뒤에 신령과 통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치다.”

당시 해전에서 쿠르베가 포탄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죽었다는 말은 없었다. 이듬해에야 비로소 그가 지병이 도져 팽호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이 청불전쟁에서 청나라는 실제로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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