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心魔)를 넘어서는 길
인간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심마가 있다. 심마란 무엇인가. 바로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두려움이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다.
그렇다면 이 심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 두려운 일을 직접 해내는 것이다. 겁나는 일과 정면으로 대면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이다. 공포를 느끼는 그 순간을 피하지 않고 견뎌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노출 치료라고 부른다. 불안장애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이 방법은 두려운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시켜 불안을 감소시키는 원리다. 처음에는 작은 두려움부터 시작해서 점차 큰 두려움까지 단계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마치 근육을 단련하듯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실제로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워런 버핏은 데일 카네기의 대화술 강좌에 참여해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처음에는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된 연습을 통해 나중에는 수만 명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연설할 수 있게 되었다.
도가 사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지혜를 찾을 수 있다. 노자는 “큰 용기는 겁쟁이처럼 보인다”고 했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다. 또한 “물이 돌을 이기는 것은 부드러움으로 단단함을 극복하기 때문”이라 했듯, 강한 저항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때로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인생의 각 단계마다 심마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에는 숙제를 하지 않아 혼날까 봐, 거짓말이 들킬까 봐,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학창시절에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밤잠을 설친다. 졸업 후에는 취업이 되지 않을까 봐, 나이가 들면 결혼을 못할까 봐, 아이를 갖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부모가 되면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새로운 심마를 품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당시에는 태산처럼 크게 느껴졌던 두려움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 일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학생 때 수학 시험에서 70점을 받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기억이, 20년 후에는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이 된다. 첫 직장 면접을 앞두고 며칠 밤을 새웠던 일이, 지금은 일상적인 업무 미팅보다도 가벼운 일로 여겨진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현재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두려움도 10년 후에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있을까.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는 우리의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두려움이라는 자극을 받았을 때, 우리는 도망가거나 피할 수도 있고, 정면으로 맞설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전적으로 우리 몫이다.
도가의 무위자연 사상도 이와 맞닿아 있다. 억지로 두려움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흘려보내는 것이다. 강물이 바위를 만났을 때 정면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도 결국 바다에 도달하듯, 두려움과 정면승부하기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다.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두려운 것들을 하나씩 극복해내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멘탈을 얻게 된다. 마치 폭풍을 여러 번 견뎌낸 나무가 더욱 단단한 뿌리를 내리듯, 두려움을 극복한 경험들이 쌓여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결국 심마를 이기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당장 마음속에서 수년간 넘지 못하고 있는 그 일을 해내는 것이다. 작은 용기를 내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될 것이다.
